Post

분석가의 생각들

이제 데이터분석가로 10년을 좀 넘게 일해온 것 같습니다. 새삼 오래 했네요. 제가 어떻게 일하고 있나, 일해왔는가를 설명하는 것은 어렵진 않지만, 복잡한 일입니다. 이런걸 생각하면서 일하진 않잖아요 보통?

평소에 제가 뭘 생각하는지, 하나씩 쓰면서 정리를 해 봐야겠습니다.

  • 현상을 둘러싼 것들의 변화를 꾸준히 관찰합니다.

데이터가 만들어지는 환경과 제도가 데이터를 결정합니다. 그리고 우리 주변은, 항상 우리의 생각보다 빠르게 변합니다. 다루고자 하는 데이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하고, 데이터가 어떤 현상을 어떤 식으로 추상화했는지를 아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Understanding Data as an Abstraction of Phenomena).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 보다 항상 조금씩 더 넓습니다. 그래서 영점조절(calibration)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불과 몇 년 전의 경험, 몇 달 전의 기억들이 현재를 말해주리라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 데이터가 가진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 생각합니다.

데이터를 만지는 사람들이 하는 흔한 실수 중 하나가, 수많은 데이터들 사이에서 길을 잃는 것입니다. 데이터는 그 자체로 문제를 이야기하지도 않고, 답을 주지도 않습니다. 문제 정의는 사람(들)이 하는거고,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들 중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고 구현하는 과정에서 데이터(분석)가 도움이 되는 것…에 가깝지 않을까요. 데이터에 대해 가장 널리 퍼진 미신이자 착각은, 데이터가 ‘객관적’이라는 것일텐데, 사실 모두가 알지만, 우리는 완벽하게 객관적일 수 없습니다.

몇 해 전, 그러니까 제가 막 데이터분석가로 2~3년정도 일했을 때, “빅데이터”라는 키워드가 버즈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마치 데이터만 많이 가지면 세상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시던 분들이 많았던 기억이 나네요. 데이터-분석은 도구입니다. 도구는 도구로 봐야죠. 만병통치약은 아니잖아요.

  • 문제를 같이, 잘 풀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합니다.

분석가는 단독으로 일하기보단, 누군가와 협업해야 할 때가 훨씬 많습니다. 영상의학과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필연적으로 분석가 혼자서, 혹은 분석가에게 기대하는 영역보다 더 넓은 범위의 일들을 해야 할 경우도 많습니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고… 이건 분석가에게 그냥 주어진 환경이 아닌가 싶고요. 어떤 형태로든, 같이 일해보면 좋겠다, 재미있는 일들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먼저 연락하는 편입니다. 이런 사람들과 같이 일하고 싶다, 그러러면 내가 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꼭 풀타임 고용관계가 아니어도, 서로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꺼내놓으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는 점에서, 꾸준히 일할 수 있는 동력이라고 생각해요.

몇가지 더 있는 것 같지만, 우선은… 직업적으로는 이 정도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제가 해왔던 프로젝트들, 문제를 정의하고 풀었던 방향성들, 경험했던 회사들, 같이 일해왔던 사람들을 돌이켜보면 이런 생각들이 바탕에 있었던 것 같네요.

This post is licensed under CC BY 4.0 by the author.